난 말이 적은 편이다. 특히 사람들이 모인 장소에서 나서서 말을 해 본 적이 별로 없는 거 같다. 한마디로 말을 하는 편보다는 말을 듣는 편이다.
그런데 이런 내가 스피치 대회에 나가게 되었다. 이게 무슨 황당한 시츄에~숑~
매년 코이와(小岩)소방서 주최로 재일외국인의 스피치 대회가 열린다. 각 일본어 교실에서 이 대회에 나갈 참가자를 모집하는데, 우리 일본어 교실에서는 지원하는 사람이 한명 모자라서 결국 가위바위보로 결정하게 되었다. 그런데... 가위바위보에서 진 사람이 바로 나라는...
그래서 오늘 이렇게 출전하게 된 것이다. OTL
내 인생에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을 해 본것이 중학교때의 웅변대회와 이번 스피치 대회, 이렇게 두번이다. 물론 두번 다 내 의사와는 관계없이... ㅎㅎㅎ
이번 스피치의 주제는 방제(防災)이다. 주제를 이렇게 정한 이유는 지난번에 에도가와구의 한 외국인이 화재로 아깝게 유명을 달리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일본에서 사는 외국인들은 화재나 지진과 같은 재해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해야할 지를 모르는 경우가 많이 있다. 심지어 119 연락을 힘들어 하는 외국인이 30%나 된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코이와소방소에서 바쁘신 와중에 이런 자리를 마련해 주신 것이다.
날짜가 오늘인 이유는 바로 11월9일, 즉 119이기 때문이다.(한국과 일본 모두 화재나 구급은 119라는...)
오늘 가장 큰 공부가 되었던 것은...
올 5월12일 발생한 중국 사천성의 지진에 대한 것이었다.
사천성 지진은 사망 약 7만명, 실종 약 3만7천4백여명이라는 엄청난 인명피해를 안겨 주었다.
스피치를 하기 전에 사천성 지진이 발생했을 때 일본에서 구조를 위해 중국에 파견된 레스큐부대의 시마다 대장님께서 나오셔서 그때의 구조활동에 대해 말씀해 주셨다.
현장 사진들을 보며 시마다 대장님께서 당시 상황을 설명해 주셨는데, 역시 자연재해 앞에 인간이란 하찮은 존재일 수 밖에 없다는 걸 느꼈다. 그리고 그런 자연 재해를 대비하지 않았을 경우에 얼마나 큰 댓가를 치뤄야 하는지도... 마지막으로 소방관 여러분들이 얼마나 고생하시면서 생명을 구하고 계신지도...
시마다 대장님의 보고가 끝난 후, 본격적으로 스피치가 시작되었다. 모두들 열심히 준비한 내용을 발표했다. 대부분 외워서 발표를 했는데, 보면서 정말 열의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중국분들은 역시 사천성 지진에 대한 발표를 많이 하셨다. 그러고보니 나만 얼렁뚱땅 대충 발표를 한 것 같다. 사실 뭔 얘기를 할까 적어 왔었는데 실제로 발표를 할 때는 전혀 안보고 생각 나는대로 말을 한 것 같다. 뭐 그땐 이판사판이었으니~
끝나고 나니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ㅎㅎ
뭐 결과는 예상했듯이 수상과는 전혀 관계가 없었다~~~ ㅎㅎㅎ -_-;;
참가했다고 주신 상장... 이걸 가보로 남겨야~~~~
부상으로 주신 도서카드. 근데 이건 어디에 쓰는 놈이냐? 검색 좀 돌려봐야 겠다.
내가 발표한 내용은 지진과 외국인에 대한 것이었다. 한국과 같이 큰 지진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곳에서 온 외국인의 경우 대응방법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외국인 스스로가 지진에 대해 대비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소방서에서도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홍보나 교육과 같은 지원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어찌되었건 오늘 새로운 경험을 하나 했다. 일본에서 스피치 대회에 나올 줄이야~~~
나름 긴장했지만 또 나름 재미있었다. 그렇다고 다시 나가고 싶단 건 아니다~~~
P.S. 불철주야 시민의 안전을 위해 희생하시는 세상 모든 소방관 여러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